2021년 9월 15일

민간 부문 학계 판도 바꿔

학계의 가지 난제를 해결하려면? 세 민간 기업들이 찾은 해결책

연구 자금, 일자리, 시간—일본 학계가 처한 세 가지 복잡한 문제 해결에 민간 기업이 나섰다. 연구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연구에 도전하고 지속적으로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 연구자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세 기업, Academist, Acaric, 캑터스커뮤니케이션즈(CACTUS)의 대표들을 만나보았다.


자금:

개인이 직접 연구자를 지원할 수 있는 세상

시바토 료스케 (柴藤亮介 ) (CEO, Academist Corporation)

과거 연구 자금을 마련하는 루트는 주로 세 가지였다—국가 및 지방 정부, 재단, 기업. 하지만, 매년 정부 연구 자금 유치 경쟁이 가중되고 불안정해지면서 크라우드펀딩이 제4의 방법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개인들이 직접 지갑을 열어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학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Academist는 약 2억엔을 모금했다. 하지만 이는 과학연구보조금(Grants-in-Aid for Scientific Research) 연례 예산인 2천3백억엔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렇지만 크라우드펀딩의 가치는 금전적인 것을 뛰어넘는다. 크라우드펀딩은 연구자들과 지원자들 사이에 재정적·인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준다. 이 연결 고리가 공동 연구, 주요 매체 발표,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 몇 년 사이 대학 관계자들과 연구자들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아졌다. 학계 밖으로 눈을 돌려 크라우드펀딩을 연구 자금 조달 및 배포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새로운 연구 수행 방식을 권장한다. 일본의 30만 연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십만 명의 팬을 거느리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이는 미래 연구를 위한 차세대 팀을 꾸리는 데 필수적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람과 자금을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열린 학계”를 실현할 수 있길 바란다. 연구실 안팎에서 다양한 파트너를 형성하고 역할을 전략적으로 분담하여, 교수, 부교수, 조교로 이어지는 낡은 상명하복 구조의 제약을 넘어 정보를 배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연구자들의 힘으로 상황을 바꿔나갈 수 있는 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자리:

박사 연구원들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다

야마다 료(山田諒) (대표, Acaric Corporation)

Acaric의 사명은 학계의 지식 전달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박사들의 민간 취업률은 낮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립자 노부나가 하야시는 대학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자의 민간 고용에 대해서는 기업과 대학원생들 사이에 뿌리깊은 오해가 있다. 대학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학교에 남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기업이 박사들을 고용하고 싶어도, 그들은 연구를 지속하려 하는 경향이 있고 기업은 경험 부족이라는 이유로 30대 박사의 채용을 꺼려한다. 현재로써 최적화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 같은 민간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Acaric에는 경험이 풍부한 박사 및 박사 후 과정의 직원들이 많으며, 그들은 대학원생들과 기업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민간 기업이므로 분야나 업계에 대한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람들을 매칭할 수 있다. 또한, 대학원생들의 연구를 깊이 이해하며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학생들이 생각해보지 못했으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의 일자리를 제시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학계의 어떤 기술이 기업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연구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실행-확인-행동 주기를 통해 결과를 성취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민간 부문의 연구 개발, 엔지니어링, 분석 및 컨설팅 분야에서 박사 과정 학생들의 잠재 고용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 임무는 학술 분야에서 연구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석사·박사 과정을 계속 이어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근로 학생이 되려는 사람들도, 언제든 민간 기업이나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Acaric을 통해 졸업하고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박사 졸업생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


시간:

연구자들의 시간과 자유를 되찾아 주는 기술

유아사 마코토(湯浅誠) (대표, 캑터스커뮤니케이션즈)

창립 이래 캑터스커뮤니케이션즈(CACTUS)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누리며 지리나 언어의 제약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논문 출간 경쟁은 치열해져만 가고, 늘어나는 업무량, 일자리와 예산 유지 등의 이유로 연구자들의 시간과 자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인류 진보에 소중한 연구자들의 에너지와 시간이 왜곡된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는 이런 상황을 바꾸려 한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기술이다. 한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한계가 있다. 정보 수집에서 출간, 배포에 이르기까지 학술 활동은 최적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캑터스 사내 기술팀은 인공지능(AI) 기반 도구, 플랫폼, 앱 개발에 주력하여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나 자연언어처리 (NLP)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연구를 지원한다.

현재 많은 연구자들이 자동 번역 및 영문교정 도구들을 이용하여 짧은 시간안에 논문을 완성하는 능력을 터득했다. 학술 출판사들은 AI를 활용한 논문 선별 정확도 향상으로 출간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연구가 고도로 전문화되면서 기술이 정보 처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연구자 개개인에게 방대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얻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노력을 자동화로 보완하는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최근에 다양한 AI 기반 연구 지원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연구자를 위한 통합 플랫폼 Researcher.Life를 출시 했다. 투고 전 논문 평가 도구, 맞춤형 논문 추천 도구, 연구자의 스킬 업그레이드에 힘을 실어줄 100 이상의 온라인 과정, 연구자 커뮤니티 형성 등 다양한 면에서 지원 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연구 생태계로 성장하여 모든 연구 관련 활동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연구자들이 필수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모색하고 싶다.


학계를 지원하는 기업들

대학과 일할 때 겪는 어려움

유아사 마코토: 민간 기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대학들이 “공정함”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공들여 제출한 제안서가 “한 기업하고만 일해서는 공정을 유지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듣는 것은 드물지 않다. 그래서 여러 기업과 동시에 진행하려 한다.

야마다 료: 오늘날 인력자원개발 경쟁은 치열하고 대학의 영업도 만만치 않다. 채용업체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뼈아픈 경험을 하곤 한다.

시바토 료스케: 크라우드펀딩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학자들만 쓰는 것은 불공평하다.” 연구자들이 기금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총장이 기금을 배정하는 데 2년이나 걸려 결국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있었다. 대학 측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갱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구자 지원

야마다 료: 연구자들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동시에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고급 인적 자원을 활용할 사명이 있다고 느낀다. 직업 연구자가 되는 대안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이 대안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다른 직업을 찾을 때, 우리가 안전망이 되어주고 싶다.

시바토 료스케: 지금 학계는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정보 혁명이 출판과 대학의 조직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과도기를 맞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는 연구자 개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민간 기업의 자본주의적 사고 방식과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학계의 가치를 결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유아사 마코토: 연구자들의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고, 자신을 대변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능력이 사회의 힘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우리와 같은 기업들은 연구자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학계를 지원하는 것은 앞으로 30에서 50년간 과학, 기술, 문화를 보호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과학신문(科学新聞) 2021년 9월3일자에 실린 일본어 기사로, 허락 하에 한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캑터스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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